F-35 좋은 시절 벌써 끝?..사업 축소에 후속 F-36은 비스텔스

안두원 2021. 3. 2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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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 킷에 소개된 F-36의 예상 이미지./출처=Hush kit
[군사AtoZ 시즌2-50] 미국이 전 세계 베스트셀러를 노리고 개발한 F-35 스텔스기의 명성과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F-35가 '너무 좋다'는 것이다. 최고 성능을 목표로 하다 보니까 돈도 많이 들고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성능으로 치자면 전투 현장에서 가장 좋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예산 제약을 고려하면 비싸고 좋은 무기와 싸지만 쓸 만한 무기를 최적의 비율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찰스 브라운 미 공군참모총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F-35를 값비싼 슈퍼카에 비유했다. 그는 "출퇴근용으로 페라리를 타지는 않는다"면서 "최고 사양의 전투기를 낮은 수준의 전투에 투입하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히 해둔다"고 말했다.

F-35는 미국이 개발·생산한 스텔스기치고는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이다. 스텔스 전투기의 최고급인 F-22 '랩터'가 대당 4000억원을 하고 스텔스 폭격기인 B-2는 한 대에 2조원이 넘는다. F-35는 개발 과정에서 가격 폭등과 잦은 고장 및 시험평가 미흡 등 수많은 눈총을 받아오다가 최근 2~3년간 가격과 성능이 안정화 단계이 들어섰다. F-35의 공군용 버전인 A형은 2019년에 록히드마틴이 책정한 가격이 대당 7790만달러였다. 개발 초기보다 70% 정도 가격 하락이 실현된 셈이었다.

우리나라도 F-35A를 40대 구매한 상태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값이 싸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었다. 그러나 호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월 12일 논설위원실 공동 명의의 평론 '대마불사 전투기(The Fighter Jet That's Too Pricey to Fail)'를 게재했다. 이 평론은 도입부에서 미 하원 군사위원회의 새 위원장으로 선출된 애덤 스미스 의원을 인용했다. 스미스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F-35 전투기는 밑 빠진 독"이라면서 "펜타곤은 (F-35 사업을) 손절할지 말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펜타곤을 쥐락펴락하는 하원 군사위원장이 안 그래도 F-35의 악명 높았던 개발 과정 흑역사가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는 상태에서 '시한폭탄'을 던진 것이었다.

가격은 내려갔지만 여전이 비행기를 운용하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었다. 전투기 운용 유지비가 다른 기종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NYT에 따르면 F-35는 시간당 3만6000달러가 유지비로 들어가는 반면 비교적 구형 기종인 F-16은 2만2000달러에 불과하다. NYT는 현재 계획대로 F-35를 도입하고 대략 60년간 운용한다고 봤을 때 "미국의 납세자들이 유지비로만 1조달러(약 1130조원)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F-35에 들어간 돈이 너무 많아서 포기할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 즉 대마불사다. 하지만 브라운 참모총장의 언급을 NYT도 이어받아 사업 축소를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의 기존 계획은 공군용 1763대 등 F-35를 모두 2443대 구매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 수출되는 수요를 추산해 모두 합하면 약 3000대의 F-35 A·B·C형이 날아다닐 것으로 예상됐다. 그야말로 장밋빛 미래였다.

사업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미군은 대안을 찾고 있다. 브라운 참모총장이 말했던 "비용 부담이 작고 가벼운 전투기, F-16을 대체할 수 있는 전투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개발과 업그레이드가 빨리 이뤄질 전투기"가 미군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미국 항공 전문잡지 '허시킷(Hush-kit)'이 이 분야 전문가에게 의뢰해 만들어낸 F-36 '킹 스네이크(King Snake)'의 이미지는 날렵해진 F-16을 연상시킨다. 이유는 바로 F-16의 파생형으로 델타익(삼각날개)을 갖췄던 F-16XL을 그 원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너럴다이내믹스가 1980년대 초에 시제기로 생산했던 게 F-16XL이다. 그런데 브라운 참모총장의 희망사항에 딱 맞다고 여겨져 40년이 지난 현재 다시 떠오른 것이다.

F-16XL 시제기가 활주로에서 이동하는 모습. /출처=미 공군 홈페이지
F-36은 허시킷이 구상한 각종 성능과 이를 이미지로 구현한 상태만 나와 있을 뿐이다. 하지만 브라운 참모총장이 F-35에 대한 우려와 F-16 후속 기종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에 향후 관련 정책 수립과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그 많은 돈을 들여 공군·해병대·해군 공용 '합동 타격 전투기(Joint Strike Fighter·JSF)'라고 명명한 F-35 스텔스기를 개발하고도 '한눈을 파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미 공군은 1970년대 개발이 시작된 F-15 시리즈의 최신 버전인 F-15EX를 지난 3월 11일 처음 배치했다. 미 공군은 지난해 7월 보잉사와 228억달러(약 26조원)어치의 F-15EX 전투기를 구매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모두 144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미 해군도 항공모함용 F-18(F/A-18 슈퍼호넷) 시리즈의 후속을 독자적으로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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